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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용재 오닐의 음악을 듣다

  • 2010년 3월 8일
  • 1분 분량

새벽 공방 출근, 바니쉬칠, 집성, 집성, 바니쉬칠, 집성.... 을 반복 하다가

일요일에 이게 뭔 짓이야, 에잇! 하는 심정이 되어

정리도 안 한채 장갑을 내던지고는 바로 공방을 나서

고양 아람누리 음악당으로 차를 몰았다.

주머니에는 얼마 전 선물받은 '리차드 용재 오닐'의 리사이틀 티켓이 들어 있었다.

작년 말 즈음인가? 한동안 리차드 용재 오닐의 연주를 내내 듣고 다녔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소리는 물론 형태도 구분 못하지만

한동안 그가 연주하는 비올라 소리가 참 좋았었다.

티켓이 생겼을 때, 그래도 이건 한 번 가야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했지만,

매일 밤샘을 할 정도로 밀린 일 때문에 거의 포기한 상태였었다.

하지만 갔다.

물론 오늘 저녁 음악회를 간 댓가를 내일이나 모레의 밤샘으로 치뤄야 한다는 걸 잘 알았지만, 하여튼 갔다.

강변북로를 달리며 세상풍경에 모처럼 속이 시원했다.

나오길 잘했어! 이렇게 시원한걸. 문화인답게 용재 오닐의 연주도 듣고 말야, 으하하하핫!

결과는, 용재 오닐의 두 번째 연주곡을 들으며 바로 잠듬.

너무 큰 박수소리에 깨어보니 마지막 앵콜곡을 위한 관객들의 박수.

의자에 목을 꺽고 잤는지 목 뒤 머리 부분이 조금 아렸음.

입을 벌리고 잤는지 입 안에 텁텁했음. 다행히,

침을 흘린 흔적은 없었음.

- 나는 육체노동자다.

하지만 박홍규 교수가 꿈꾸는 세상에서처럼,

먼지 가득 먹은 하루의 퇴근길, 작업복과 별 다름 없는 출퇴근복 그대로 동네 소극장 연주회에 들러 팔짱을 낀 채 바흐를 들은 후 극장 옆 술집서 맥주를 한 잔 하고

집에 들어와 씻은 후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를 보며 잠들고 싶다.

용재 오닐의 연주를 베고 모처럼 짧고 깊은 잠을 잔 저녁,

텅 빈 자유로를 달려오며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다.

그나저나 땡큐! 용재 오닐.

당신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오늘 피로에 지친 한 노동자에게 짧지만 깊은 잠을 줬어.

내일은 하루종일 당신의 연주를 들으며 일을 할께.

그런데, 두 번째 연주한 그 슬픈 곡은 제목이 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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