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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구의 의미

  • 2017년 3월 27일
  • 2분 분량

목수들 모임에 나가면 가끔 수공구(手工具)의 규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는 한다.

아직은 끌과 대패, 톱처럼 전기동력 없이 손으로만 작업하는 도구를 수공구라고 한정짓는 목수들이 많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른데, 내가 생각하는 수공구의 의미를 정리하면 이렇다.

손手의 실수가 결과물의 실수와 직결되는 도구는 모두 수공구이다.

CNC처럼 일정한 값을 입력만 하면 내 손의 노동과 상관없이 평균치의 결과물을 뽑아주는 기계는 수공구가 아니다. 하지만 전기동력을 쓴다하더라도 루터, 트리머, 수압대패, 테이블 쏘와 같은 도구들은 수공구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정한 숙련과 경험이 필요하며, 내 손의 실수가 바로 결과물의 실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대 목수의 필수 장비인 루터로 예를 들면, 루터는 비트(날)을 돌리는데만 동력의 힘을 빌리지 그것을 움직이거나 정교한 작업을 만들어 내는 것은 역시 작업자 자신의 손의 힘과 숙련도이다.

때문에 전기와 모터를 쓴다고 해서 루터를 수공구가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더구나 작업자가 방심하면 다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루터를 수공구가 아니라고 말하는 논리는 더욱 설득력이 약해진다.

목공을 시작하는 초심자들은 대개 끌과 대패, 톱같은 전통적인 수공구들을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들을 잘 쓸 수 있게 되면 목가구를 잘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끌과 톱을 가르쳐 주면 굉장히 진지한 눈빛으로 집중하다가도 루터나 트리머 등을 알려주면, 마치 세탁기 작동 매뉴얼을 대하듯 아무런 경건함이 없다. 실제 목공에서는 끌과 톱 보다 루터나 트리머를 훨씬 더 많이 쓰는데도 그렇다.

목공경력이 오래된 목수들 역시 ‘전동 수공구’들을 전통적인 수공구에 비해 격하시키는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많다. 비난받을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러한 태도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전통적인 수공구의 신비화를 통해 초심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로 의심한다. 설령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그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나는 현대 목공에 있어 다양한 분야의 정의(定意)가 새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도 특히 공구(工具), 수공구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인식이 시급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수공구에 대한 정의와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목공을 시작하는 초심자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통 수공구의 수련은 수준 높은 목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 목공에 있어 수공구의 의미는 확장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수공구의 수련 시기와 경중은 재고되어야 할 사항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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